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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내 머릿속에 가득찬 것들

2020년 회고 - 오픈서베이를 떠나 드라마앤컴퍼니에서의 1년

이렇게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보며 글을 쓰는 게 오랜만이다.

 

작년(2019년) 11월 즈음 오픈서베이에서의 마지막 퇴근 후 몇몇 동료들과 풋살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넘게 지났다.

2019-11-29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한 걸음

 

2019-11-29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한 걸음

스타벅스, 오픈서베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서로를 닉네임으로 부른다. "테리"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이 합쳐서 5년은 넘네. (스타벅스 3년, 오픈서베이 2년 3개월) 퇴사날을 정한 이후에도 사

lhb0517.tistory.com

 

오픈서베이에서 2년 남짓한 시간을 보내며 개발자로서, 직장인으로서 큰 성장을 했다고 스스로 느낀다. 오픈서베이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몇몇 동료와는 연락도 꽤 자주 하고 있고,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풋살을 한 달에 최소 2번씩은 했을 것이다. 퇴사 이후 연락을 아예 못드리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나는 뜬금없이 재미없는 농담 던지며 연락하는 스타일이라, 연말이 됐다고 유난떨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연락을 드릴 생각은 하지못했다.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지는 것 같던 10월 쯤 오픈서베이 사무실에 간식 사들고 방문해보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었는데, 다시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방문하기가 어려워졌고 아직까지도 그런 핑계로 감사의 인사를 미루고 있다.

오픈서베이를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거기서 일 한 지 2년 쯤 지났을 때 "일 잘 하는 방식", "회사의 일 하는 방식", "다른 회사는 어떻게 일할까" 에 대한 목마름이 해갈되지 않아서였다. 나에게는 내가 그 곳에 남아 직접 일 잘 하는 방식에 대한 도전/주도해나가며 정립하는 선택지도 있었다. 마침(?) 드라마앤컴퍼니의 서버웹팀 리더셨던(현재는 개발실 리더이신) 담형님의 제안을 계기로 그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을거란 확신을 가지고 드라마앤컴퍼니로 이직을 하게 됐다.

내가 오픈서베이를 계속 다니면서 내가 직접 일 하는 방식을 만들어가며 일 하는 것도 나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됐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퇴사얘기를 꺼내기 전부터 CEO 이신 HY를 비롯한 경영진들과 다른 동료분들도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고 점진적인 노력을 하고 계셨다. 지금은 아마 1년전에 내가 갖고 있던 갈증은 모두 해소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란 확신도 든다.

 

그러면 나는 지난 1년동안 드라마앤컴퍼니에서 얻고자 한 것을 얻었을까?

뜻한 바를 모두 얻지는 못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애초에 원하는 것을 1년 안에 모두 얻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 같고, 모두 달성했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딱 그 정도의 그릇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라는 반증이 될 뿐이다.

내가 가장 목말라 했던 그것. 일 하는 방식.

개발자든 비개발자든 회사의 명문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원칙이 있다. over-communication 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업무와 관련된 내용이면 최대한 모든 것을 대중적으로(?) 공개해야한다. 이것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를 의미한다. 구성원 간의 높은 신뢰와 화자가 스스로에게도 솔직해야 하는 것 등이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게 되면 남들은 몰랐으면 하는 업무가 몇몇 구성원의 Direct Messages 만으로 진행되며 누군가는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업무들도 없어진다. 완전히 Credential 한 정보가 아닌 이상 최대한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공유를 자주 한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다른 동료에 대해서 높은 신뢰가 생기게 하고, 스스로도 정보를 공유할 때 한 번 더 fact-check 를 하게 만들고, 급한 성격의 내가 그나마 신중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over-communication 만 잘 한다고 해서,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개발자로서는 코딩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코딩 실력만큼이나 중요한데, 코딩 실력을 강조함보다는 덜 강조되는 듯한 Soft skills 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회사 동료들은 모두 이에 대해 동의한다. 이 주장의 근거중 하나를 제시해보자면 대부분의 동료들이 두괄식 표현으로 업무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팀 내에서 말이 많은 편(TMT. a.k.a. too much talker)인데, 말을 하다보면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매우 잦다. 그 말을 기록해서 적어보거나 녹취해서 들어보면, 같은 의미의 말을 3~4가지 다른 형용사/부사를 섞어가며 표현만 달리할 뿐인 경우가 많다. 내가 말을 하다가 그런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면 최대한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최대한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하는 것은 기본인데, 특히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전달하기를 원한다면 꼰대인 내가 꼭 강조하는 게 한 가지가 있다. 두괄식 표현이 바로 그것인데, 두괄식 표현은 듣는 사람에게 빨리 결론을 전달함으로써 듣는 사람에게도 분명하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말 하는 사람에게도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도록 해주는 표현 방법인 것 같다. 결론을 나중에 얘기하기 위해 앞에서부터 build-up 하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괄식 표현 방법은 특히 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할 때는 듣는 사람이 집중을 못하도록 방해하며, 본인이 말을 하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을 못하게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미괄식 표현을 쓰다보면 XY Problem 에 봉착하기가 쉬워진다.

이것과 Soft skills 이 어떤 관련이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하는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내 생각은 내일 당장에라도 180도 바뀌어서 다른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 XY Problem 의 전조 증상이다.

우리 회사 동료들은 Soft skills 에 대해서도 높은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에 장황하게 언급한 두괄식 표현을 비롯하여 문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이나 Remote 근무를 하며 Slack 을 통해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적용하는 등 "일 하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지속적으로 개선을 하고 있다. 이렇게 Soft skills 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갖고 있고, 다들 이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뛰어난 Soft skills 를 가진 사람들이 over-communication 을 하며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일이 되는 방향으로 잘 진행된다고 느껴진다.

Soft skills 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더 많이 있긴 한데(TMT) 이에 대해 더 쓰게 되면 이 글은 회고 글이 아니라 "꼰대가 생각하는 Soft skills 란" 이란 주제로 바뀌게 될 것이니 이쯤에서 마무리 해야겠다.

 

드라마앤컴퍼니에서 일을 하는 와중에도 전사적으로 일 하는 방식에 대해 큰 고민이 있었고, 그 와중에 뛰어난 동료 몇몇 분들이 이탈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러다 7월 말, 회사 차원의 큰 결단이 예고되었고 8월 말이 됐을 때 그 결단은 단행되었다. 8월 말까지 내가 사내에서 가끔 했던 표현이 있다. "겉으로는 Agile 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Waterfall 하게 일을 하고 있어요." 나는 이 표현이 정말 내가 느낀 바를 가장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긍정적인 표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표현이었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실제로도 Agile 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지만, "일 하는 방식" 그 자체에 대한 목마름은 해소됐다. 이렇게 계속 구성원 다 같이 현재에 대해 도전을 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실제로 개선을 시도하는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에 대해 목마름을 느낀다면 그건 그냥 남이 시키는 일만 하러 가야한다는 신호일 것이다.

 

또 하나 이직을 하며 다짐했던 것이 이 회사의 "핵심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직하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까지만 해도 이런 생각이 없긴 했었는데, 오픈서베이의 COO 이신 Rim 께서 이런 생각이 들게끔 동기부여를 해주셨다.

아직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최근 12월 초 번아웃인지 아닌지 모르는 어떤 의욕저하같은 게 찾아왔었고, 회복됐다가 다시 찾아왔다가를 2~3주째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코로나 블루인 거 아니냐라고도 해주시고, 어떤 이는 번아웃이 맞다고 하시는데 사실 이게 무엇으로 정의하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란 걸 알기에,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웬지 최근에 사내에서 시작된 리멤바리(개발자 독서 모임, homage to 트레바리)에서 읽기로 한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란 책이 지금의 내 상황에 딱 맞는 솔루션을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대가 많이 된다.

 

오픈서베이에서 목마름을 느꼈던 것처럼 현재 드라마앤컴퍼니에도 갈급한 부분도 물론 있다. 오히려 오픈서베이에서 더 만족스럽게 느꼈던 부분도 많다. 다만, 내가 이 곳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 개선되도록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해야 나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이에 대한 이야기도 회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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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썸네일의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Kenny 와 LG 는 얼마나 손 발이 오그라드셨을까... (아님 말고 ㅎㅎ)

만~약 이 글 보시면 손 발 오그라 들었는지 아닌지 댓글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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