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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 당한 고양이에게

우리나라 야생동물들의 사망 원인 1순위는 로드킬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아마 우리나라 뿐은 아닐거다.

특히 양평으로 이사오고 나서 출퇴근 거리가 길어지고, 자차로 도로를 달리게 되서 그런진 몰라도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매우 자주 보게 됐다. 3년이 넘은 지금은 많이 무덤덤해졌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길에서 동물을 죽이는 일은 없도록 뒤에서 빵빵 거려도 천천히 주위 살피며 가곤 한다. 가끔씩 도로위에서 이미 죽었지만 너무 한 가운데에 있어서 몇분뒤면 시체가 짓밟히고 짓이겨지며 납작해지거나 터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눈에 띄면 비상등 켜고 차에 있는 빈 박스나 수건으로 죽은 아이를 데려와서 최소한의 수습을 해주곤 했다. 덩치가 큰 동물들, 주로 고라니들이 죽어있는 경우에는 그렇게 해주진 못하지만, 고라니들은 대부분 차에 치이면 도로 한 가운데에 있는 일은 별로 없긴 하다. 갓길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의 죽은 몸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줄 공무원들을 기다릴 뿐이다.

이틀전이었다.

모처럼 서울에 있는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퇴근하는데, 양평의 동네길 초입에서 반대편 차선에 죽은 고양이 한 마리가 도로의 완전 한 가운데에 있었고 무덤덤해진 나는 그냥 지나칠까 싶기도 했지만, 쓸데없는 책임의식에 사로잡혀 차를 돌려 비상등을 켰다. 가까이 가보니 머리가 뭉개져있고 머리쪽만 피범벅이었다. 머리를 정통으로 차에 치인 것 같았다. 호흡도 없고 맥박도 없었다. 그런데 몸은 아주 따뜻했고 말랑말랑 했다. 죽은지 몇분도 되지 않은 아이였다.

다행히 차에 수건이 한 장 있어서 아이의 얼굴을 감싸며 차에 싣고 왔다. 밤이어서 당장 수습할 수가 없어서 하루동안은 박스에 넣어뒀다. 그러고보니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들 중 하나인 여름이를 닮았다. 만감이 교차했다.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어제 아침에 눈을 뜨고 아이를 수습해줬다. 그사이에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윤회사상도 믿지 않고 신도 믿지 않지만, 만약 너가 이 세상을 뜨면서 다른 어딘가에 있다면 그곳에서는 이런 아픔 겪지 않기를 바라며 나로서는 최소한의 생명의 존엄성을 떠올리며 짧은 기도를 해주고 보냈다.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은 정말 티끌만큼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은 항상 같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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