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갑자기 결정하여 떠나게 된 30일 여행. 그 첫번째는 21시간의 체류로 예정되어 있던 러시아 모스크바다. 모스크바에 오기 전, 미리 예매해두었던 볼쇼이 극장의 오페라 ‘까르멘(Carmen)’을 보기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7시에 시작하는 까르멘을 앞두고 모스크바 SVO 공항에 도착한 건 5시 20분. 인터넷으로 교통정보를 찾아본 바로는 거의 딱맞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환전을 미리 하지 않은 실수와 영어를 아예 못하는 러시아 사람들에 대한 간과가 비극의 시작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볼쇼이 극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타려고 공항에서 찾고 있는데, 우선 ATM에서 현금을 찾기 위해 여러 ATM에서, 아내와 내가 갖고 있는 여러 카드로 시도해보았는데 영어가 나오지 않는 ATM에서 내 돈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은 끝내 공항에서는 ATM에서 현금 인출에 실패하고, 계속 따라다니던 택시 삐끼(?)가 환전소를 알려줘서 갔는데, 아내가 환전하는 동안 마침 내가 다른 택시 기사에게 얼마면 가는지 알아보고 있었다.(나는 환율을 알고 있었지만 아내는 환율을 모르고 있었다.) 아내가 환전을 해오고, 그 삐끼와 딜하여 2000루블(약 4만원)에 택시를 타기로 했는데 웬걸 아내는 7만원을 주고 환전을 했는데 받아온 금액이 1610루블(약3만2천원)이 전부였다. 그 삐끼가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냥 그것만 다 달라고 해서 다 주고 탔는데 이 얼마나 웃기고 어의없는 상황인지… ㅜㅜ
택시 삐끼(운전하는 애랑 다른 사람이었음)는 깎을대로 다 깎아준 것 같은데(그래도 비쌌지만), 정작 우리가 들인 돈은 7만원이니...
(삐기야, 미안하다. 근데 나도 억울하다.)
일단 모스크바는 경유지이고, 다음날 다시 환전소로 가서 따지기로 하였다. 환전하는 애가 Korean Won을 잘 몰라서 다른 화폐인줄 알았나 보다 하며…
그렇게 탄 택시는 6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출발을 하였고, 이곳 모스크바는 마치 (언어가 안 통하는) 서울과 다를바가 없었다. 워낙에도 자동차로 달리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많고, 도로도 좁아서 교통 체증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결국 이런 상황들은 우리 부부로 하여금 7시에 시작하는 건 애초에 기대를 못하게 하였고, 인터미션에라도 입장이 가능하도록 기도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택시 기사가 말은 안 통하지만 친절했고, 빨리 가도록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더 이상 짜증내고 화를 내선 안 될 것 같았다.
볼쇼이 극장 앞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쯤? 입장하며 물어보니 인터미션이 8시40분쯤 될 거란다. 잠깐 숨도 좀 고르고, 너무 피곤했던 터라 극장 앞의 분수대 광장에서 조금 바람을 쐬었다.
휴~ 그래도 티켓 가격이 아까워 죽던 찰나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중간에 입장한 오페라 까르멘은 오랜만에 공연을 보는 사람으로서 만족스러웠다.
(사진 회전시키기도 힘들만큼 지쳐있음…)
그리고 마침, America 에서 오신 할머니 한 분과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Irina 였고 러시아에서 3주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나중에 지하철역을 안내해줄 때 러시아어도 유창하게 잘 하는 것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호텔에서는 Subway 샌드위치를 먹고 하룻밤 잠을 청했다. 이때까지만해도 더 큰 비극이 있을지는 몰랐다…
모스크바(러시아)는 한국과 참 많이 닮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