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을 잘 딛어야 한다고, 내딛은 첫발이 커피에 빠진거라, 거기서 헤어 나오는 데까지 8년넘게 걸리고 있다.
19살, 무심코 배우기 시작한 커피. 내 고3의 끝자락의 100%였고, 대학생활의 80%였던 커피. 정확하게 얘기하면 커피라기보다는 "카페"이겠지.
군 생활 중에도 커피를 했다는 이유로 심심하지 않게 커피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고,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즐거웠다, 그 땐.
제대할 무렵,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 보기엔 꽤나 늦은것 같기도 하고 무책임한 과거의 내 자신이 보이기도 하게 만드는 하사 형에게 열정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커피 지식을 전달하고, 커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그 형은 실질적 가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은 의무적으로 가지만 그에게는 생계수단이었던 군대를 제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후 제대를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들은 그의 마지막 이야기여서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화한통이면 알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괜히 내가 부추긴건가...
어쨌든 난 제대하자마자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학교를 다녀야 했지만, 대구-서울을 학교 다니듯 했고, 학점을 따야 했지만 아내의 점수를 따기위해 노력했다. 그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걸 후회한다는건 내 현재 삶을 부정하는 것이 될테니까.
왜 내 인생사를 기록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커피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데...
학생 신분으로 결혼을 하니 공부는 해야했고 돈도 벌어야했다. 학교다니며 돈을 벌었다. 처음엔 탐앤탐스에서 몇달하다가 단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할 뻔 했지만 스타벅스를 선택해서 들어갔다.
내가 4년전 이 블로그에 적어놓은, 내가 싫어하는, 비판하고자했던 바로 그 스x벅x말이다. 아내가 준 스타벅스 카드가 계기가 되어 다니기 시작했지만 그 4년이 지난 지금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카페라기 보다는 회사인 스타벅스.
내겐 비전있는 대기업 스타벅스였다.
내가 그렇게 까던 스타벅스는 사실 꽤 괜찮은 원두를 사용했고, 커피에 대한 마음가짐이 진심이었고 윤리적인 경영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회사였다. 무식이 죄라고, 모르면 그냥 남을 욕하게 되나보다. 결국엔 자기 얼굴에 침뱉기가 되는데 말이다.
무슨 커피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방금 바로 윗줄을 쓰면서 든 생각인데, 커피는 내 인생 그 자체였던 것 같다.
19살때 시작하여, 끊임없이 현재까지 내 업의 수단이 되고 있는 커피.
사람들은 대화를 하러 가거나, 와플을 먹으러만 카페를 가는 것이 아니었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져 혼자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들이키고 바리스타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문화가 있었다. 진짜 커피의 맛을 알아서 스타벅스, 커피빈, 파스구찌 등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쟁을 할 수 있는 문화가 바로 여기 존재하고 있었다, 항상.
그런데 난 지금 그 커피를 그만두려 하고 있다. 좀더 정확하게는 내 인생 자체였던 커피를 내려놓고자 한다.
다음달,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커피를 판매하는 사람이 아닌 소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도 어느 누군가처럼 혼자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들이키고 바리스타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도 내 가족을 위해 큰 결단의 결과가 예정되어 있다.
요즘 커피.
답이 없다. 그냥 내가 마셔서 맛있게 잘 먹으면 그것이 바로 맛있는 커피인것이었다.
ps) 나에게 커피를 처음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선생님 커피엔 분명 정답이 있지만 해답은 없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