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2015년식(? 2014년식인지 헷갈린다..) 이탈젯 필그림 125 라는 스쿠터가 있다.
한때, 베스파와 동일 디자인 라이센스를 획득(공유)하여 다른 재질이지만 베스파와 거의 똑같은 외형의 스쿠터로 잠깐 국내에 알려졌던 것 같긴 한데, 내가 구매할 당시에는 디자인 라이센스가 없어졌나 그래서 다른 디자인의 필그림이 출시되었다.
지금은 양평이 집이지만, 서울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타고 다닐 정도로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존재였다. 지금도 직장인 서울 강남에 주로 주차를 해두며 서울 시내를 돌아다닐 때 아주 유용하게 잘 타고 다니고 있다.
다만, 관리를 잘 못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
작년 겨울에, 계속 차를 타고 다니며 이 필그림의 배터리의 - 극을 미리 빼놓지 못해, 결국 방전까지 시킨 뒤, 올해 봄에 새 배터리를 구매하여 셀프로 교체해준 적이 있었다.
그래도 타고다니면서 엔진오일은 500km 마다 꼬박꼬박 잘 교체해주었다.
처음 샀을 때는, 매일 아이폰 메모에 연비를 측정하려고 현재 적산거리와 주유 금액, 주유량을 메모했었는데, 어느날 아이클라우드가 맛이 갔는지 작성한 모든 메모가 사라져서 그 이후로는 좀 귀찮아져서 안 하고 있다. 다만, 당시에 꾸준히 측정한 것을 바탕으로 이 녀석의 서울 시내 주행 연비는 약 25km/L 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얼마전(약 1~2주 전쯤..), 웬지 시동성이 좀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곧 1만 km 를 찍기 전이었으므로 그냥 간단히 점화 플러그라도 교체해주자 싶어서 인터넷을 뒤져 이 녀석의 점화 플러그의 모델은 CR6HSA 라는 것을 알아내고 배송비가 있어서 2개를 주문했다.
평소에 시간이 너무 없어, 어쩔 수 없이 흔한 랜턴도 없이 휴대폰 라이트만으로 야간 작업을 하게 되었다. 점화 플러그 교체는 워낙 간단한 작업이니까.
그런데, 사실 필그림의 점화 플러그를 직접 교체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약 10년 전, 대림 택트나 혼다 벤리의 플러그를 교체해봤던 기억이 전부였는데, 당시에는 너무 쉽게 했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런데, 야간작업이기도 했지만 필그림 자체의 정비 접근성(?)이 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고작 점화 플러그를 교체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
너무 오랜만의 이런 정비 작업이라 그랬는진 몰라도, 플러그를 빼내는 데 성공한 뒤 성급히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 지 아직도 스스로에게 질문이 들고 있지만) 새 플러그를 플러그 렌치에 넣은 후 새로 장착을 하려고 했다. - 그렇다, 원래는 플러그를 먼저 삽입후 나사산이 일정량 들어가게끔 돌려놓고 그 다음 플러그 렌치를 이용하여 꽉 조여야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오일필터룸(?)에 플러그가 휘리릭 빠져버렸고, 그걸 꺼내는데 약 1시간이나 걸렸다. -_-;;
처음엔 떨어진 그 상태에서 손가락, 기타 갖고 있던 연장등으로 꺼내보려고 30분을 쓴 것 같고, 나머지 30분은 그 곳에 닿으려면 어느 나사, 볼트를 풀어야 될까 고민하며 하나씩 풀어보았던 것 같다.
그나마 다행히, 신축성이 있는 고무 재질의 오일필터룸의 나사 몇개를 풀자, 손이 떨어진 플러그에 닿았고, 몇번의 시도 끝에 꺼낼 수 있었다.
아까와 같이 바보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플러그 렌치는 아예 손에서 내려놓고 손으로 플러그만을 잡아 플러그 인서트(아세이라고 해야하나?)에 넣고 조심스럽게 나사산을 맞추고 돌렸다.
이후에 플러그 렌치를 이용하여 적절한 토크까지만 돌려놓고 시동 테스트 후 마무리 하였다.
혼자 야간에 작업하느라 제대로된 정비 사진을 못찍었지만, 정보가 너무 없는 필그림 유저들이나 훗날의 나를 위해 사진 몇장 올리며 마무리~ 내부에 먼지가 좀 많이 쌓이긴 했네. ㅜㅜ
그래도 나름 성의를 다한 애정으로 할 수 있는 건 하려고 한단다...
반전. 요즘 출근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쿼터급 이상의 바이크에 눈이 돌아가고 있다. 아내의 허락을 구해야 한단 사실에 우울해지는 요즘.
혹시, 이 필그림 사실 분 계신가요? 시세보다 많이 싸게 드릴테니 연락 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