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아직 남아있을 4월의 어느날. 몇년전에 사둔 밀 히터를 겨울 동안 잘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원을 켜도 전혀 따뜻해질 기미가 안 보였었다. 추위를 참지 못한 아내가 결국 보일러를 틀어 꽃샘 추위를 견뎌냈다.
그 이후 서비스 센터에 보내서 수리를 맡기고자 했으나 여느 OEM 중국산 제품이 그렇듯, 서비스를 받는 게 매우 어려웠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시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 고쳐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대부분의 히터는 간단한 회로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늘 직접 뜯어보기로 했다.
케이스 나사 5개와 내부 컨트롤러 나사 4개를 풀어내면 거의 모든 회로 요소에 접근이 가능하다. 근데 딱 케이스만 열었는데도 바로 무엇이 문제의 원인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열에 의해 전선이 타버리고 녹아서 단선이 된 것이었다. 이를 감싸고 있던 절연 내열 캡(?)도 저렇게 바스러진 걸 보니 얼마나 원가 절감이 됐는 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아래에는 녹아 부스러진 부스래기들이 이 짐작을 뒷받침해준다.
다 타서 부스러진 부위를 정리하고 전선의 피복을 벗겨 새 전선을 다듬은 다음 연결해주고 시험 운전을 해봤는데 정상적으로 작동을 한다.
문제는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어떻게 하는 지 고민이 된다. 납땜을 할까, 터미널을 사서 연결을 할까.. 내열 절연 캡도 필요할 것 같은데 1개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보인다. 일단 기존대로 터미널을 하나 구해서 달아둬야겠다. 지금은 없어서 마무리를 못하고 있는 상황 ㅠㅠ
그래도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여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고, 다음에 또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냥 전선을 아예 두꺼운 강선으로 교체해야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