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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무엇이 '감히' 표현되는가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한참 사진을 처음 배우고, 필름 카메라 니콘 FM2 와 DSLR 인 니콘 D200 을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을 때 이 블로그에 사진도 많이 올렸던 것 같다. 셔터 속도와 조리개값이 만들어내는 한 컷의 신비함이란 호기심 많은 나에게 너무나 재밌는 활동이었다.
일찌감치 가족의 품에서 벗어난 나는 어느샌가 극심한 가계 상황 때문에 아버지가 물려주신 니콘 FM2 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중고 거래로 팔고, 니콘 D200 및 여러 렌즈들 또한 쿨거래를 자처했던 어느 현장 네고왕 아재에게 중고 거래로 판 이후로 사진을 잘 찍지 않았다.
FM2 를 팔 때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가 잘 떠오르지도 않을 뿐더러 이 또한 그냥 단순하며 의미 없는 여러 물건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했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된다. 단돈 20만원이 급해서, 그돈이 그땐 왜 그렇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왜 그랬을까.
당장 먹고 사는 데 급급해서. 처절하게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바둥바둥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떨어져나간 수 많은 주변 사람들, 나의 기회 비용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었다. 사실 떨어져나간 건 다른 무엇도, 누구도 아닌 그냥 나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살던 나에게 사진이란 더 이상 기록도 아니고, 추억도 아니고, 취미도 아니며 그냥 사치일 뿐이었다.

그러다 요즘 다시 의식적으로 사진을 많이 찍으려고 하고 있다. 뻔한 클리셰인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라는 말을 나 스스로 입 밖으로 꺼내며, 이것은 기록이며, 추억이자 취미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사치이기 때문에.
똑같은 시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단 하나의 똑같은 사진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진을 좋아했다.

더 이상 필름 카메라, DSLR 이 없는 나는 다시 사진을 찍고 있다. 아이폰으로.
필름 카메라보다 더 감성있는 아이폰으로.
DSLR 보다도 화질 좋고 가벼워 휴대성도 좋은 아이폰으로.
회상해봤자 쓸모없고 센티멘탈해지는 추억만 되살아나는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의 순간을 담아내는 아이폰으로.



왜 이런거죠 내가 왜 이런거죠
아무렇지 않은데 왜 내가 힘들까요
내가 아픈가요 많이 아픈가요
난 아무렇지 않죠 정말 아무렇지 않죠
모든게.
근데 왜 자꾸만...
프리스타일 - 수취인불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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