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미국에서는 실링팬이 안 달린 집을 못봤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왔었는데, 지난 10년 동안 2년 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형편이었어서 남의 집에 실링팬을 다는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나는 실링팬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서 필요성 자체도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이사온 집은 한동안은 남에 의해, 집주인에 의해 떠나지 않아도 되게 돼서, 아내가 해외직구로 저렴한 실링팬을 하나 구해왔고 설치는 내가 직접 하게 됐다. 통관이 오래 걸려서 주문한 날로부터 약 1달 반만에 배송받았다.
실링팬을 2개 구매하긴 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1개만 설치할 목적이고 1개는 다른 곳에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다른 곳에 설치를 먼저 시도했다가 천장 보강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아 잠정 포기하고, 집에 먼저 설치를 했다.
집에도 설치해야할 천장이 석고보드로 돼있어, 어떤 형태로든 천장 보강을 해줘야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얼마전 침대의 갈빗살로 쓰이는 나무 1개가 부서져서 교체하고 보관하고 있었는데 딱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넣을 수 있었고 그 나무에 일반 못을 박아서 보강을 하여 작업할 수 있었다.
중국어로 된 설명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배선의 암/수 소켓이 잘못 끼워져 출고된 듯한 것 빼면은 크게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었다. 관건은 대충 보강한 천장이 잘 버텨줄까였는데, 최대 바람세기인 5단까지 틀어놔도 다행히 소음이나 진동이 없다.
바람을 1단만 틀어도 바람이 잘 느껴졌고, 3단부터는 세게 느껴져서 평상시에 1~2단만 틀어놓을 것 같다.
실링팬 만으로 집안의 공기가 잘 순환되는 것 같고, 조명까지 포함하여 설치하니 꽤 좋은 것 같다. 중국산이지만 조명 등도 LED 등이라 전력 소비도 적을 것 같다.
오랜만에 전기 작업도 하고 한 번에 설치가 잘 돼서 재밌고 뿌듯했다.
당연히 전문가가 설치하는 것보다는 허접한 부분이 있겠지만, 한 때 전기 공사 알바할 때 알음알음 배웠던 것도 이번 뿐 아니라 살면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고, 해당 전공으로 졸업은 못했지만 전자/전기 공부를 했던 것도 은근히 살면서 써먹을 데가 많은데 이런것도 셀프로 하고 나면 스스로 뿌듯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