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늦은 밤 아내가 차를 운행 중 이상한 경고음이 자꾸 낸다고 해서 멈춰세우고 집에서 쉬고 있는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차를 갖고 현장에 도착하긴 했지만 너무 늦은 밤이어서 원인을 확인하거나 할 겨를이 없었다.
다만, 차 계기판에서 뜨는 메시지는 "High coolant temperature" 였다. 본넷을 열고 부동액 쪽을 봤는데, 부동액 색이 브라운색(커피색?)처럼 보여서 "아, 오래 됐구나. 부동액(냉각수) 교체할 때가 된 것이군"이란 생각으로 아내에게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내일까지 기다리면 엔진과 부동액이 식을테니 시동이 다시 걸릴 거야. 시동이 걸리면 가까운 센터에 가서 부동액 교환을 하자." 라고 얘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차를 찾으러 갔다.
차 시동을 걸어보려고 시도!
두근두근...
그러나 여전히 "High coolant temperature " 메시지와 함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키를 돌려서 시동을 걸어보려고 하는데 시동이 안 걸리는 현상이 마치 배터리에 문제가 있어서 시동이 안 걸리는 것처럼 드륵드륵하는 소리가 났었다는 것을 그 땐 왜 알지 못했을까.
집에서 급하게 나오면서도 굳이 챙긴 "지하수"를 부동액 통에 넣어보려고 했다. 부동액 보충통 뚜껑이 2중 잠금으로 되어 있어 여는 방버을 몰라 잘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포기하려고 했다. 출근도 빨리 해야 했기에... 그래도 10초의 구글링으로 부동액 보충통 뚜껑 여는 법을 알아내어 급하게 뚜겅을 열고 "지하수"를 가이드 라인까지 넣었다. 그래도 시동이 안 걸린다. 될 리가 있나. 이미 밤 사이에 엔진과 부동액은 온도가 다 떨어져 있는데, 물 좀 더 넣는다고 온도가 크게 달라지랴. 그러나 이 땐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시간이 없다는 압박감에 판단력이 매우 떨어져있었기에 저런 바보같은 실수를 했었던 것이다.
아내에게 긴급출동을 부르라고 한 뒤 나는 그냥 회사로 출발하려고 내 차에 탄 순간, 웬지 High coolant temperature 라고 검색을 해보면 뭔가 나올 것 같았다. 역시나 검색하자마자 가장 맨 위에 https://www.fiatforum.com/stilo/128516-high-coolant-temperature.html 이 글이 나왔고 그 다음으로 https://www.fiatforum.com/panda/454702-high-coolant-temperature-start.html 이 글이 나왔다.
두번째 글에서
I've seen this once or twice before and it's usually voltage/battery related.
The coolant temp sensor works by returning a signal voltage back to the ECU.
Higher voltages returned mean cooler temps.
Lower voltages mean higher temps.
If it can't return a normal voltage signal because it just doesn't have the volts, it can cause this problem.
Before anything else, get your battery checked properly (drop test) and make sure the charging system is working correctly (engine and battery earth leads can rot away)
이 댓글을 보고 나서 웬지 배터리를 점프시켜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출발할까 점프를 해보고 갈까... 잠깐이지만 당시에는 한참의 순간동안 고민하고나서 오전 반차를 내고 여유있게 살펴보기로 마음 먹었다.
모바일로 급하게 오전 반차를 신청하고, 다행히 내 12년차 운행중인 내 차에 항상 들고다니던 점프선이 있어서 +, - 극을 물렸다. 점프선 연결 후, 여유있게 10분 정도 기다려보았다. 그리고 다시 아내의 차의 시동을 걸려는 순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시동이 걸리는 것 아닌가!
긴급 출동을 부르지 않아도 될 것이란 기쁨과 함께 약 14km 멀리 떨어진 가까운 자동차 공업사에 들렀다.
"배터리 점프하니까 시동이 걸렸어요"라는 말을 듣자마자 전원 문제였냐던 엔지니어분.
시동이 걸린 상태에서 바로 전압계로 전압을 측정하니 14.00 V 근처를 찍었다. -> 알터네이터(a.k.a. 제너레이터, 레귤레이터)는 이상이 없음!! (그나마 다행...)
시동을 끄고 전압을 측정하니 5.500 V 정도가 나왔다. 정상적인 배터리라면 12.00 V 근처가 나와야 하는데...
배터리의 수명이 다 된 것이다.
즉시, 배터리 교체를 요구했고 부동액도 교체하려고 했으니 교체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근데 엔지니어께서 "부동액은 20만km 까지 탈 수 있는 부동액이라서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하시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뭔가 쌔..한 기분이 들어 "아까 시동이 잘 안 걸릴 때, 메시지만 보고 부동액에 '지하수'를 좀 넣었는데도 괜찮나요?" 라고 다시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은 나는 "망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배터리 교환만 하면 될 것을 "부동액 교환 + 미량의 섞여있을 지하수 성분들"을 떠안게 된 것이다.
무식한 게 죄지.
후회되는 포인트는 너무 많았다. 집에서 물을 떠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아내가 혹시 모르니 챙겨가자고 한 것, 밤 사이 다 식었을 텐데 뚜껑 여는 법을 굳이 찾아서 열고 떠온 지하수를 부은 것, 지하수를 붓기 전에 구글링을 먼저 해보지 않은 것...
이로서 다시는 부동액과 관련된 실수를 하지 않겠지. 수돗물은 넣어도 된다는데, 난 절대 안 넣고 부동액 사서 보충해야지...
엔지니어께서는 작업 완료 후 2~3년 정도 지켜보고 녹이 스는지 안 스는지 확인을 해보자고 하시는데, 약간 불안해진 나는 구글 캘린더에 매월 1회 알림으로 "부동액 색 확인"을 추가해버리고 말았다.
오늘의 사소한 실수로 매월 해야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정비를 맡기고 아내와 밥을 먹는 중, 후회 속에 파묻혀 있는 나를 보고 아내가 위로하는 말.
"지하수 넣고 나서 회사에 가버렸으면 긴급 출동 불러서 돈 더 많이 나왔을텐데, 잊어 버려."
고마워요. 근데 잊혀지지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