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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내 머릿속에 가득찬 것들

조직 전체가 프랙탈 구조처럼 일할 수 있을까

"프랙탈 구조처럼 일할 수 있다면, 전사적으로도 작은 조직 차원으로도 Up-scalable 이 가능할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세워봤다.

 

역사상 지금처럼 인간이 생애주기 내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때는 없었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빨라지면 빨라지지, 더 느려지거나 과거처럼 회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불가피한 빠른 변화)은 각 인간들이 살아가는 각 공동체 내에서도 마찬가지이며, 크게는 국가부터 작게는 회사, 가정, 개인에게도 적응력을 요구하고 유연성을 요구한다. "과거에는 이랬으니까 지금도 이렇게 해야지"라는 사고방식은 그 사고방식의 소유자/집단를 도태되게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들이 미래를 나아가기 위해 특정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현재에 도움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에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자주 접하던 온고지신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시시각각 변하는 현재와 미래에 대해 중점적으로 초점을 맞춰보려 한다. 그리고 회사라는 조직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스타트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본질

애초에 기업의 본질은 경제적 가치 창출이다. 스타트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 창출을 해야만 한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면 문자 그대로 의미의 스타트업인건가? 이 단락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매우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던 것과 같이 경제적 가치 창출이 똑같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경제적 가치 창출이란 말은 단순히 이윤 창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와 고객에게 가치 제공, 근로자의 소득 증대 등등이 포함돼있다.

그런데 전형적으로 분류하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 중견기업 & 중소기업' 의 차이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조직이 어떻게 일하는가에 따라 분류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고,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을까? 여러가지 사실들이 많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타당한 이유는 이것이다. 지난 1세기, 그동안에는 철저한 분업을 통해 시간 대비 효율적으로 생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장에서 경쟁자를 누르고 살아남는 방법이었으며, 공장, 현장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컨베이어 벨트식으로 업무를 해야하는 시스템(waterfall)이 갖춰졌고 이걸 잘 한 기업들이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 2차례의 세계대전 뿐 아니라 온갖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시스템은 잘 작동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지난 1세기 동안 겪은 변화들을 다 압축해놓은 것보다도 세상은 더 빠르게 몇년, 몇개월 단위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여전히 철저한 분업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고, 계속 더 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와 기업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과거의 그런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즉 새롭게 탄생하는 기업들(스타트업)은 그 '시스템을 갖출 것이냐' 와 '변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찾을 것이냐' 중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처음부터 그 시스템을 갖추려는 선택을 한다면, 소위 불리우는 (중)소기업이 되는 것이고, 변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찾으려고 한다면 스타트업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변하고 있는 지금 세상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찾으려고 했던 스타트업도 성장을 함에 따라 구성원들이 많아지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처한다. 사람들이 많아지니 체계(시스템)가 없어서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느껴지고 그 때문에 성장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를 만드려는 움직임들이 생긴다. 이 때, 체계를 만들 때 철저한 분업을 택하는 조직도 있을 것이고, 유연성을 갖고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그 고민을 하는 시점 그 때에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직 구조를 고민하면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선택을 하는 조직도 있을 것이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조직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의 순간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집요하고 성가시게 자주 찾아오기도 한다.

나는 적어도 변하고 있는 세상에 맞는 일하는 방식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조직이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유연성을 갖고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그 고민을 하는 시점 그 때에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직 구조를 고민하면서 아무도 해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게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기회비용보다 상당히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이 또 찾아온 선택의 순간이다. 물론 나는 의사결정권한이 없다. 그렇지만 의견은 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해보고 세워본 가설이 바로 이것이다.

"프랙탈 구조처럼 일할 수 있다면, 전사적으로도 작은 조직 차원으로도 Up-scalable 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 프랙탈 구조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면 잘 설명할 자신이 없지만 여기서 말한 프랙탈의 의미는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는 비유에서 "나무를 봐도 숲이 보이고, 숲을 봐도 나무가 보이는 것" 을 의도했다. (내가 쓴 말이지만 무슨 말인지...)

프랙탈 예시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기 위해 지금 조직의 현재 상황을 표현해보면 좋으려나?

회사라는 큰 조직 내에는 팀 단위의 작은 조직들이 모여있다. 각 조직들은 철저하지는 않지만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계선을 그어놓고 각각의 제품과 도메인을 가지고, 전사적인 ground rule 을 기반으로 저마다의 방법으로 Agile 을 추구하며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조직은 매일 scrum 을 하고, 어떤 조직은 Kanban 을 사용하며, 어떤 조직은 sprint 를 한다. 또 어떤 조직은 내부에서 철저한 분업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 그런데 전사적으로는 해야만 하는 일이고, 지금이 그 일을 해야하는 최적의 순간인데 각자 이미 맡고 있는 제품과 도메인이 있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을 진행할 주체가 없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전사적으로 필요한 일들이 도대체 무엇이며, 그게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잘 공유가 돼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기점이 됐다. 즉, 작은 조직 단위에서는 agile 하게 일을 잘 하고 있는데 전사적으로도 agile 하게 일을 하자는 것이 내 가설의 프랙탈이란 단어를 쓴 의도이다.

 

내가 생각한 프랙탈 구조로 일한다는 것은 아마 이런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s://hoonsbara.tistory.com/130 미국 드라마 실리콘 밸리 중

 

이미지 출처 : https://hoonsbara.tistory.com/130 미국 드라마 실리콘 밸리 중

1. 회사 전사적으로 필요한 일들(Task 단위가 아닌 Mission, Objective 단위 위주)이 실시간으로 List-up 된다.

  • 실시간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자주 추가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 Mission, Objective 단위이면 좋겠지만, Task 단위의 일도 누군가는 반드시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List-up 될 수 있다.

2. 해당 list 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볼 수 있고, list 의 현황(누가 assign 됐는지, 어떤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는지 등)에 대해 쉽게 볼 수 있다.

3. 구성원이 스스로 참여하여 해결하고 싶은 일들을 pulling 하여 진행한다. 이 때,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인원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함께할 내부 동료들을 recruiting 도 할 수 있다.

4. 그렇게 모인 동료들은 팀(이라 부르든, TF 라 부르든, Crew/squad,silo 라고 부르든 상관없다)을 이루고 그 안에서 또 Mission, Objective, Initiative, Tasks 를 정의하고 List-up 한다.

5. 이후에 scrum 을 하든, kanban 을 하든, sprint 를 하든은 그 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한다.

  • 장기적인 관점으로 풀어야할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팀이 있을 수도 있고 단기적인 관점으로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팀이 있을 수 있다.
  • 단기적인 관점으로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을 하는 팀이 그 일을 빠르게 마쳤고, 그 팀웍이 좋았다면 팀원들은 그대로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해보는 것에 도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그러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전사적으로도 필요한 일들이 게시되는 것이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전사적으로 alignment 를 맞추는 비용이 줄어들 것이고, 그 일에 공감이 되고 동기부여가 된 동료들이 모였기 때문에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전사적으로도 agile 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작은 조직 수준으로 들여다봐도 그 안에서 또 agile 하게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이상적이고도 희망적인 생각으로 이런 가설을 세워봤다.

나의 가설에서 프랙탈 구조로 일한다는 것은 "전사적으로 alignment 가 잘 되는 동료들만 있어야 하고, 유연성을 갖고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그 고민을 하는 시점 그 때에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직 구조에 대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만 있어야 한다." 라는 불가능한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에 가설을 증명하려는 실험과 검증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민을 하고, 글까지 적은 것은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이런 모습(프랙탈)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또 이 생각이 틀렸다며 또 새로운 고민과 선택의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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