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의 레이오버의 체류 예정이 전부였던 우리 부부가 모스코바에서 4박5일을 하게 된 건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유에서였다.
그 힘들고 길었던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보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보고(너무 파란만장해서....) 간단하게 러시아 경험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기로..
1. 러시아는 언어가 안 통하는 한국같이 느껴졌다.
- 러시아는 제2외국어를 가르치지 않으며, 심지어 제2외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들도 영어가 아닌 또 다른 러시아어(앗 뭔지 까먹었다.)를 가르친단다.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조차 대부분은 영어를 단 하나도 할 줄 모른다.
왜 한국같이 느껴졌냐면, 좁은 땅 덩어리(러시아는 좁지 않지만 모스크바는 좁은 듯?)에 수많은 차들이 시도 때도 없이 클락션을 울리며 너도나도 질주를 못해 안달나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단횡단은 기본소양으로 갖춰야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파트들이 너무 많다. 유럽같지 않다. 아마 러시아인들 스스로도 본인들의 정체성이 유러피언인지, 아시안인지 잘 모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2. 택시 바가지
- 음... 이거에 관해선 참 할 말이 많고 관광객으로서 짜증나지만 러시아는 택시 바가지가 엄청 심한 것 같다. 자신을 Official Taxi Driver라고 소개하며 공항에서 도심까지 5,000 루블(약 10만원)으로 시작하여 "안 탄다"라고 수십번 외치면 1,610 루블(약 3만 2천원)으로 정상적인 가격에 타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제공하는 친구도 있다. 로컬들은 Yandex 택시나 Uber 택시를 타는 것을 추천하는 것 같은데, 그 마저도 택시 기사 잘못 만나면 일부러 길을 돌아가거나 잘못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Uber는 그런 부분에 대해 클레임하여 일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 같긴 한데, 돌려받는 금액이 충분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일단 기분이 나쁘니까 별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
3. 교통 체증
- 일반 도로를 이용하는 택시는 웬만하면 삼가는 것이 좋다. 택시 타는 목적 중 하나는 빨리 목적지에 가는 것인데, 택시와 버스의 유일한 차이는 도착 시간이 아니라 오로지 비용 뿐인 것 같다. 도로는 좁은데 차는 정말 지독하게 많다. 그런데다 교통 질서 의식이 낮아서 2~3시간에 한 번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며, 사방에서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택시와 버스는 기어가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
4. 볼 게 별로 없다.
- 여행을 좋아했던 내가 언제부터인지 여행에 대해 별 감흥을 못 느끼고 있는데, 러시아는 그런 나로 하여금 지루함이라는 부가서비스까지 강제로 제공해주었다. 인터미션 때 겨우 들어간 볼쇼이 극장에서의 오페라 까르멘(Carmen)이 유일하게 재밌고 신선했던 것 같다.
5. 마사지 샵이 거의 없다.
- 전 세계적으로 타이 마사지샵은 수도에는 꽤 있을 줄 알았는데, 모스크바에서 스파를 하거나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 정보를 좀 찾아보려고 했더니 나오는 정보라고는 밤문화, 퇴폐업소(?) 얘기들 뿐이었다. 물론, 몇군데 있긴 있다. 너무 멀어서 못 갔을 뿐.(교통 체증이 심해서 마사지 받고 돌아오면 도로 피로가 축적될 것 같았다...)
6. 낮이 길다.
- 6월말-7월초 머물렀으니, 길 만도 하다. 밤 10시 30분은 되어야 어둑어둑해지고, 새벽3~4시 쯤이면 해가 떠오른다.
7. 시큐리티 체크가 정말 잦고 많다.
- 지하철 입구, 호텔, 수퍼마켓 입구, 공항 입구 등등 주요 시설들의 입구와 출구는 확실히 나눠져 있고, 그 입구에서는 시큐리티 체크가 이뤄진다. 총기류에 대한 검사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번 나갔다 들어오는 것이 이 보안 검사 때문에 은근히 피곤해진다.
--- 정리 및 팁(오로지 내 경험에 의함)
1. LayOver만 할 경우 환전은 미리 해 가자. 환전하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러시아에 도착하면 셰레메티예보 공항의 도둑 환전소를 만나게 될 것이다. (ATM에서 은행카드로 출금하는 것은 괜찮음)
2. 택시, 버스보다는 지하철 위주로 이동하자. 특히 택시는 조심하자...
3.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았다면) 21시간 레이오버라 할지라도 공항에서 Local SIM Card를 구매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첫날 레이오버라 필요 없어서 데이터를 사용 안 하려고 하다가 낭패 많이 봤다, 이 정도로 영어가 안 통할 줄 몰랐기 때문. 공항에서 약 7,000원(350루블)정도면 구매 가능한데, 얻을 수 없는 정보때문에 얻게 되는 피로함보다는 저렴하게 희생하는 것일테다.)
4. 관광, 주변 정보를 얻고 싶으면 큰 체인 호텔에 들어가서 물어보라. 걔네들은 영어 좀 한다.(나보다 더 잘 한다...) 예) Red square 앞의 포시즌스 호텔 (여기 화장실 좋음!!!, 무료 이용 가능)
5. 웬만하면 공용 화장실은 이용하지 말 것. 로컬들도 어떻게 이용하는지 모를 정도로 이용을 안 하는데, 그래서인지 관리가 안 되는 듯? 물도 안 내려가고, 휴지도 없고 변기 커버가 없는 등등... 어떤 이의 블로그에서는 러시아 공용 화장실에 대해서 아주 해학적으로 표현한 걸 보았는데, 차마 내 입으로 그렇게 재미있게 표현하진 못할 것 같다.
6. 단순히 레이오버로 모스크바를 몇시간 둘러보고 싶다면, 에어로 익스프레스를 타고 도심에 갔다가 다시 에어로 익스프레스로 공항으로 바로 돌아오라... 그게 정신 건강에 좋다.
7. 만약 모스크바(SVO, 셰레메티예보 공항)를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매하기로 했다면 대한항공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을 추천. 여행사를 통해 구매한 항공권은 특히 러시아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